모노노케 히메 (1997)もののけ姫Princess Mononoke
모노노케 히메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하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한 애니메이션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작품 이전까지 만들어왔던 거시적 이야기들의 최종 결과물이자 그의 사상을 완벽하게 대변하고 있는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평가된다.
영화 제작이 끝난 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제목을 『아시타카 전기(アシタカアシタカせっ記のせん記[A])』로 하자고 제안했다. 傳記가 아니라 アシタカせっ記のせん記[A]인데, 𦻙은 미야자키의 언급에 따르면 '정사에는 없고 귀에서 귀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라는 뜻을 붙여 자신이 만든 한자라고 한다. 그러나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와 니혼 테레비 관계자는 이미 모노노케 히메로 선전 계획을 다 세워놨기 때문에 이제와서 영화 타이틀을 바꿀 수 없었고, 아시타카 전기(アシタカアシタカせっ記のせん記[A])라는 일본인도 읽기 힘든 한자보다는 모노노케 히메가 훨씬 대중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미야자키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니혼 테레비에서 『모노노케 히메』의 제목으로 TV CM을 내보냈다. 뒤늦게 이를 안 미야자키는 화를 냈지만, 이미 이 타이틀로 방송한 것을 알게 되자 순순히 받아들였다. 채용되지 않은 제목인 アシタカアシタカせっ記のせん記[A]는 모노노케 히메의 BGM 중 하나의 제목이 되었다. 또한 미야자키가 직접 쓴 시의 제목도 아시타카 전기다.
일본에서는 1997년에 개봉된 작품이지만 한국에서는 바로 개봉되지 못하고 2003년이 되어서야 정식 개봉되었다. 그러나 정식 개봉 전부터 그 명성이 널리 알려진 터라 많은 사람들이 해적판 비디오 또는 소극장 단체 관람 등으로 이 작품을 감상했는데, 이 과정에서 "원령공주"로 의역된 제목이 굳어졌다.
'원령공주'라는 제목을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한 것은 1997년 11월에 한겨레21에 게재된 영화평론가 김의찬의 평론인 것으로 보이는데, 2003년 모노노케 히메의 한국 개봉 당시 그는 씨네21에 올린 평론에서 자신이 직접 '모노노케 히메'를 '원령공주'로 번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모노노케(物の怪)는 일본의 고전(古典)과 신화에 나오는 존재로, 인간에게 빙의해서 괴롭히거나 병들게 하고 죽게 하는 원령(怨霊), 사령(死霊), 생령(生霊) 등의 영혼(靈魂)이며, 요괴를 가리키기도 한다. 한편 일본에서 히메(姫)는 '공주'라는 번역명과는 달리 귀인의 딸이나 지체 높은 아가씨에게 쓰는, 좀 더 넓은 범위의 단어이다. 혹은 일반적인 한 가정의 어린 딸을 비유적으로 공주님으로 부르듯이, 일본에서도 한 가정의 어린 딸을 지칭하며 가볍게 '오히메사마' 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때문에 2003년 이 작품의 정식 발매를 맡게 된 대원미디어에서는 원제의 발음과 의미를 모두 포함할 수 있는 "모노노케 히메"로 개봉했다. 모노노케라는 단어가 가진 뜻을 한 단어로 함축할 수 있는 한국어 표현은 마땅히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품에 비추어 볼 때 '모노노케 히메'란 여주인공 산을 지칭하는 말인데, 타타라 마을의 주민들 외에는 그 누구도 산을 '모노노케 히메'(원령 공주)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남자 주인공인 아시타카조차 마을 사람들 때문에 산을 가리키는 호칭이라는 것은 알았으나, 산의 이름을 제대로 알기 전까지 그녀를 직접 부를 때는 '들개의 공주'(또는 들개 소녀)라고 불렀다. 딱 한 번 산을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라고 칭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그렇게 해야만 산의 이름을 모르는 마을 사람들이 누구를 언급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모노노케'의 본래 의미와 연관지었을 때 산이 타타라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 들개의 편을 들어 인간을 습격하는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것과 그녀가 숲을 수호하는 동물신의 양녀이니만큼 '공주'라 불리는 게 어색하지 않은 입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모노노케 히메'란 타타라 마을, 즉 인간들이 산에게 쓰는 멸칭에 가깝다.
사실 작중 대사에서도 타타라 마을 사람들은 산을 '들개에게 혼을 빼앗긴 녀석' 으로 설명하는데 그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인간이면서 짐승들과 함께 살아가는 산은 마치 '요괴나 귀신에게 씌여서 저러는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즉, 다시 말해 '모노노케 히메' 란 말에는, 자연을 정복하고 활용하여 인간의 터전을 늘리려는 타타라 마을 사람들이, 들개와 살아가는 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는 것이다. 타타라 마을 사람들이 산을 '모노노케 히메', 즉 '원령 공주'라고 부를 때는 '귀신 씌인 계집애' 정도의 뜻을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때의 원령 공주라는 대사상의 번역은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허나, 모노노케라는 단어의 원뜻에는 여러 의미가 중의적으로 섞여 있는 만큼, 원령 공주라는 번역이 가지는 의미의 폭이 한정되기에 작품의 공식 번역명은 모노노케 히메로 하되, 작중 타타라 마을 사람들이 산을 부를 때는 '원령 공주'로 대사를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에는 '혼령아가씨'나 '귀신낭자'로 번역된 적도 있었다. 발음이 같은 '월령공주'라는 명칭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해외에서는 '모노노케'에 적절한 번역어를 찾는 것이 어려웠는지 번역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갖다쓰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히메'는 그런 거 없이 대부분 자국 번역을 갖다 썼다. 예를 들면 영어판 제목은 Princess Mononoke이다. 언어 특성상 원어 음역을 그대로 쓰기 어려운 중국어권에서는 魔法公主(대만, 싱가포르), 幽靈公主(중국 대륙, 홍콩, 마카오)로 번역되었다.
줄거리
대자연의 숲과 산을 짓밟아서 자신의 터전을 넓히려는 인간들과 인간의 욕심때문에 분노의 재앙신으로 변한 멧돼지를 비롯한 대자연과의 처절한 사투. 그 전쟁의 중심에서 자연의 편에 선 '원령공주'와 재앙신의 원인을 찾아 타타라 마을의 숲으로 들어온 '아시타카'의 이야기
등장 인물
(왼쪽은 대한민국판, 오른쪽은 일본판)
아시타카(김영선 / 마쓰다 요지) : 17세, 에미시 부족의 청년. 영화의 주인공.
산 (모노노케) (정미숙 / 이시다 유리코) : 15세, 어릴 적 인간에게 버림받아 견신 모로가 기른 소녀. 영화의 히로인.
에보시(강희선 / 다나카 유코) : 타타라바 제철마을의 수장.
시시가미(숲의 영): 사슴의 형태를 한 고대 신.
모로(장광 / 미와 아키히로) : 300세, 시시가미의 숲에 사는 들개의 형태를 한 고대 신. 지혜롭고, 인간의 말을 이해한다.
오코토누시(박지훈 / 모리시게 히사야) : 500세, 친제이산에 사는 멧돼지의 형태를 한 고대 신으로, 모든 멧돼지신들의 수장.
지코 보(노민 / 코바야시 카오루) : 시시가미를 노리는 정체불명의 승려.